목록일상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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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별을 하게 되면서, 연애 기간과 이별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내 속으로 온전히 소화해 내고 싶었다.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연애였고 어떤 시간이었다고 정의를 내리고 싶었다. 한동안은 출퇴근 길에서도, 운전하면서도 문득문득 안 좋은 감정이 불쑥 불쑥 튀어나와 불안정한 상태였지만, 왜인지 모르게 계속 기존 연애를 곱씹고 곱씹으면서 나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누군가를 만나게 되더라도, 이전 연애로 인해 생긴 부정적인 감정의 조각을 남겨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꽤 컸다. 그렇게, 보지도 않던 유튜브를 통해 이런저런 영상도 찾아보고, 그러다가 '사랑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평소에는 연애 프로그램이나, 남들 연애사에 크게 관심도 없었다..
고등학생 때,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었었다. 주로 역사와 관련된 소설이었는데, 역사에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으로 빨려 들게 하는 힘이 있어서 자주 보게 됐던 것 같다. 그 뒤로도 신작이 나오면 틈틈이 읽어봤었는데 에세이는 처음이라 고민 없이 바로 구매했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는데, 글들을 읽어가면서 뭔가 김진명이라는 작가는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요즘 부쩍 느끼는 건데, 나는 무언가에 대해 직접 생각하고 그걸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D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들 두 명이 있는데 첫째가 어떤 거짓말을 했는데 둘째가 이를 감춰주지 않고 이야기해서 오히려 둘째를 때리며 혼냈다는 이야기였다. 그 순간에는 형제는 형제끼리 믿음이 있어야..
가끔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중에 '아몬드'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이기도 했고, 제목만으로는 책의 내용이 짐작이 가지 않아서 좀 더 궁금증이 생겼던 것 같다.표지의 남자아이 표정이 약간 시니컬하게 느껴져서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던 책인데, 아는 언니의 추천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책의 내용 및 줄거리보다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들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책을 읽다가 숨이 턱하고 막혔던 부분은 주인공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살해당하는 장면이었다. 평범한 `행복`에 발을 디뎌보지도 못한 채, 날카로운 불행은 닥쳐왔다. 투명한 유리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필사적으로 아들/손자를 지키려는 가족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주변 이들을 관중으로 표현한 것이 나에게는 꽤나 큰 충격이었다. 누군가에..